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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孝’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시니


글. 백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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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하나. 어이하나. 이 일을 어이하나. 불쌍한 심청이는 인당수에 빠지고. 푸른 물 인당수는 물결만 출렁이네. 어이하나. 어이하나. 이 일을 어이하나.”

조은아 작시, 이수인 작곡의 <인당수(印塘水)>라는 노래다. “아버지가 눈을 뜰 수만 있다면 이 한 몸 성난 바다 위에 던지는 것이 무엇이 대수겠는가.” 공양미(供養米) 300석에 팔려간 효녀 심청이 인당수에 제 몸을 던졌을 때 나이 겨우 열다섯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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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당수에 몸을 던진 후 삼일 만에 부활한 효녀 심청
 

효녀 심청에 대한 이야기는 효(孝)를 논할 때 약방의 감초마냥 등장하는 것 중 하나다. 더욱이 요즘처럼 천륜도 인륜도 땅에 떨어졌다고 말하는 시대에 어쩌면 ‘효(孝)’는 고릿적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올해도 5월은 어김없이 돌아왔다. 가정의 달이라 불리는 5월을 맞아 다시금 찾았으면 하는 효(孝)에 대한이야기를 펼쳐본다.

왜 인당수(印塘水)인가
백령도에 가면 효녀 심청을 기리기 위한 기념관인 ‘심청각’이 있다. 그가 아버지를 위해 뛰어든 인당수를 백령도와 북한 황해도 장산곶 사이의 바다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기 때문이다. 또한 백령도와 대청도 중간에 있는 연봉바위는 용궁에 내려갔다 온 심청이가 연꽃에 싸여 물 위로 떠올랐던 곳으로 보고 있다. 소설이든 혹은 오래전의 실화가 시간이 흐르면서 설화처럼 굳어진 것이든, 심청이는 ‘효녀’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여기서 한 가지 살펴볼 것이 있다. 사람이 몸을 던진 바다라고 생각하면 응당 ‘인당수’의 인은 사람 ‘인(人)’ 자(字)를 쓸 것 같지만 도장 ‘인(印)’ 자를 쓴다. 물론 찍다, 찍히다, 박히다의 의미도 있지만 왜 하필이면 ‘도장 인(印)’자를 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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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심봉사가 눈을 뜬 것은 공양미 300석이 아닌, 오직 아버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심청이의 효심(孝心)이 하늘을 감동시켰기 때문이다. 성난 파도, 그 짙푸른 바다를 보며 어찌 무섭지 아니했을까. 인당수에 제 몸을 던지기 전 선창(船艙)에 서서 두 손 모아 신령님께 기도할 적에 산천도 울었고 초목도 울었다고 하니 그 어찌 슬프지 아니하겠는가.

더욱이 열다섯 어린나이의 심청에게 바다는 죽음보다도 무서운 존재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버지의 눈이 떠질 것이라는 약속을 굳게 믿었기에(약속을 한 승려가 아닌, 그 약속을 이뤄줄 신(神)의 능력을) 심청이는 몸을 던질 수 있었다. 인당수(印塘水). 그 말 안에는 마치 “네가 나를 믿었으니 내 소유 즉 나의 어여쁜 자녀로 인정하며 아버지 눈을 뜨게 해주겠다는 약속으로 도장(印)을 찍어주겠다”는 의미가 깔려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인당수 깊은 물에 빠진 심청은 3일 만에 부활해 왕비가 됐고, 그의 소원대로 아버지 심봉사도 눈을 뜰 수 있었다.

효(孝)란 무엇인가
효(孝)에 대한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 세계적으로 널리 전해져 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충(忠)과 효(孝)를 중시하는 동양에서 효자, 효녀, 효부 이야기가 유독 많이 전해지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효에 대한 이야기라면 사실 둘째가라면 서러운 민족이 또 우리 민족이 아닌가 한다.

‘혼정신성(昏定晨省)’은 밤에는 부모의 잠자리를 보아 드리고 이른 아침에는 부모의 밤새 안부를 묻는다는 뜻으로 부모를 잘 섬기고 효성을 다한다는 뜻이다. 이를 줄여 ‘정성(定省)’이라고 한다. 옛 어르신들이 아침에 일어나 부모님께 인사드릴 때면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기침하셨습니까?”처럼 말이다.

‘정성(定省)’은 또한 온갖 힘을 다하려는 참되고 성실한 마음이라는 뜻의 ‘정성(精誠)’과 동음(同音)이다. 한자어는 다르지만 그 의미가 좋다. 부모를 봉양하는 데 있어 ‘정성’을 다하고자 하는 그 마음이 어찌 어여쁘지 아니겠는가.

효에 관련된 고사성어 중에 ‘맹자효도(盲子孝道)’가 있다. 눈먼 자식이 효도한다는 뜻으로 무능력하다고 여긴 사람에게 도리어 신세를 진다는 의미가 있다. ‘백유지효(伯兪之孝)’는 한백유(韓伯兪)가 효성이 지극하여 어머니로부터 종아리를 맞아도 아프지 않아 어머니의 노쇠함을 탄식했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한 뱃속에서 나온 자식이라도 다 똑같을 수는 없는 법이며,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한다. 물론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고, 내 배 아파 난 자식이지만 내뜻대로 안 되는 것이 사람 사는 것이라지만 부모의 내리사랑과 자식이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은 사람이라면 능히 갖게 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천륜도 인륜도, 윤리와 도덕도 땅에 떨어진 세상이 되고 말았는가.

‘얼러 키운 효자 없다.’는 말처럼 내 자식이라고 너무 “오냐, 오냐” 키웠다는 것에서 그 답을 찾기도 한다. 또한 ‘부모가 착해야 효자가난다.’는 말처럼 부모가 먼저 모범이 돼야 자식들도 그 모습을 보고 배울 수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먼저는 가정에서의 교육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아무리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이라지만, 잘잘못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내 자식이 옳다고만 하면 외려 자식을 망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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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자식을 올바르게 훈육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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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굶어도 자식에게는 꼬박꼬박 밥을 먹여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여기 한 사형수가 있다. 마지막 소원으로 어머니가 보고 싶다고 하여 만나게 해주니 어머니의 귀를 물어뜯었다는 얘기가 있다. 자신이 잘못된 길로 갈 때 어머니가 꾸짖지 않았기 때문에 사형수 신세가 됐다는 것이다.

물론 아무리 엄한 부모 밑에 자라더라도 잘못된 길을 가는 이가 있다지만, 부모라면 응당 자식이 잘못된 길로 갈 때 훈육할 수 있어야 함을 생각해보게 하는 일화다. 아무쪼록 씁쓸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요즘처럼 부모 자식 간에도 상상하기조차 어렵고 흉악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볼 때마다 어떻게 해야 이 잘못된 세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을 쉼 없이 던지곤 한다.

그러면서 다다른 결론은 결국 교육(敎育)이다. ‘기를 육(育)’자는 기르다, 자라다 외에 ‘낳다’는 의미도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기르는 것은 비단 학교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근본은 부모에게 있다는 뜻이 내포돼 있는 것이다. 아이를 낳아 기르고 가르치는 것이 부모의 의무 중 하나요, 또 자녀는 부모의 가르침에 순종하고 나아가 공경할 줄 아는 것이 효심(孝心)의 시작이 아닌가 한다.

<효경>에 우리 몸은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기에 몸을 잘 보전하는 것(身體髮膚受之父母])이 효의 시작이요, 큰 공부를 하고 좋은 일을하여 이름을 천하에 떨치고 후세에 남게 하며 아울러 부모의 이름을 크게 드러내는 것이 큰 효가 된다(立身揚名)고 했다.

효(孝)에도 때가 있다
조선 제14대 선조 때의 정치인이자 <관동별곡> 등과 같은 가사문학의 대가인 송강 정철(鄭澈, 1536~1593)은 <훈민가(訓民歌>에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
두 분이 곧 아니시면 이 몸이 살아 있을까
하늘같은 끝없는 은덕을 어떻게 다 갚으리

임금과 백성 사이 하늘과 땅인데
나의 서러운 일을 다 아시려고 하시거든
우리라고 좋은 미나리를 혼자 어찌 먹으리

형아, 아우야, 네 살을 만져 보아라
누구에게서 태어났기에 모습조차 같은 것인가
같은 젖 먹고 자랐으니 딴 마음을 먹지 마라

어버이 살아계실 때 섬기는 일을 다하여라
돌아가신 후면 애달프다 한들 어찌하리
평생에 다시 못할 일은 이뿐인가 하노라”

<경민가(警民歌)>라고도 불리는 이 작품은 송강 정철이 선조 13년에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했을 때 백성으로 하여금 도덕을 깨치게하기 위해 지은 것이다. 삼강오륜(三綱五倫)의 유교적 윤리가 주된 내용으로 부모님의 은덕과 군신의 도리, 형제간의 우애, 효행의 도리를 다하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부모님은 우리가 효도할 때까지 기다려주시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자식 된 마음으로는 천년만년 곁에 살아계실 것 같지만 어느새 연로해지신 부모님을 뵐 때마다 잘한 것보다는 잘못한 것만 생각나 눈물이 나는 것이 못난 자식의 모습이다. 바람 불 때 연 날리고, 물 들어 올 때 노 저으라는 말이 있듯, 부모님 살아계실 때 한번이라도 더 찾아뵙자. “너희가 잘 사는 것이 효도하는 것이여~”라는 말에 만족하지 말고 따뜻한 말 한 마디라도 더 건네 보자. 효(孝)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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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사대 “효는 백행의 근원이라”
백행(百行)의 근원은 효행(孝行)이라 했다. 즉 효를 모르고는 인간윤리의 기본을 제대로 행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오래전부터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인성교육, 인문학 등도 이 효를 빼놓고서는 논할 수가 없다. 이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효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가르쳐왔다.

기원전 5세기경에 활동한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인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효에 대해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다. “네 자식들이 너에게 해주기 바라는 것과 똑같이 네 부모에게 행하라.” “아~ 나의 자식이여! 네가 만일 부모의 고마움을 모른다면 아무도 너의 친구가 되지 않을 것이다.”

유대인의 격언이면서 <정글북>의 저자 리디어드 키플링이 말해 잘 알려진 “하나님이 모든 곳에 계실 수 없어서 어머니를 만드셨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가슴 찡하다. 아프리카 격언에는 “우는 자식을 데리고 다니는 사람은 그 자식의 어머니뿐이다.”가 있으며 “상냥하고 다정한 아버지는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게으르게 한다.”는 프랑스 격언이 있다.

고대 그리스 3대 비극시인의 한 사람이자 정치가인 소포클레스는 “설사 자식에게 업신 여김을 당해도 부모는 자식을 미워하지 못한다.”는 말을 남겼다.

살아온 시대가 다르고 나라도 다르지만 부모의 내리사랑은 변함없음을 말해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자식에게 훈계할 줄 아는 것이 진정 자식을 사랑하는 법이며, 부모의 올바른 모습을 보고 자란 자식이 또 효도할 줄 아는 이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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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만고(萬古)의 효녀(孝女) 심청이가 있다면 인류 세계 만고의 효자(孝子) 예수님도 빼놓을 수 없다. 2000년 전 유대 땅에 초림으로 오신 예수님은 인류의 죄를 구원하기 십자가상에서 피 흘려 돌아가신 후 삼일 만에 부활해 하늘에 올라 하나님 우편에 앉으셨다.

그 과정 중에는 제자의 배도로 은전 30냥에 팔려 십자가에 달리셨고, 그 십자가 위에서 하늘을 우러러 아버지 하나님께 기도하였다. 인류의 죄를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 그 보혈의 피를 흘리는 것이 또한 인류 구원을 위한 아버지 하나님의 뜻이었기에 육체를 가진 몸으로 그 모진 고통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이다.

“가라사대 아버지여 만일 아버지의 뜻이어든 이 잔을 내게서 옮기옵소서 그러나 내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 하시니(누가복음 22장 42절)”

마지막으로 기독교의 경서 <성경> 에베소서 6장 1~4절의 말씀으로 효(孝)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자녀들아 너희 부모를 주 안에서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이 약속 있는 첫계명이니/ 이는 네가 잘 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 또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양과 훈계로 양육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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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孝)와 관련된 속담 및 사자성어

부모가 온 효자가 되어야 자식이 반 효자
: 부모가 먼저 효자가 돼야 자식이 효자 된다는 뜻

눈먼 자식이 효자 노릇한다
: 못났다고 내버린 자식이 오히려 효도를 하니 겉모습만으로 함부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라는 뜻

효자 가문에 충신 난다
: 본보기가 되는 집안에 훌륭한 사람이 있다는 뜻

매로 키운 자식이 효도한다
: 잘 되라고 매도 때리고 꾸짖어 키우면 그 자식이 커서 그 공을 알아차려 효도를 하게 된다는 말

얼러 키운 효자 없다
: 자식을 얼러서 키우면 버릇이 없어 불효자가 되기 쉽다는 말

열 자식이 한 부모 못 모신다
: 한 부모는 여러 자식을 거느리지만 여러 자식은 한 부모를 모시기 힘들어 한다는 말

흉년에 어미는 굶어 죽고 아이는 배 터져 죽는다
: 흉년이 들어 어미는 제 배는 굶주리더라도 아이는 꼬박꼬박 밥을 먹인다는 어머니의 사랑을 의미함

호천망극(昊天罔極)
: 끝없는 하늘과 같이 부모의 은혜가 크다는 의미

출필곡반필면(出必告反必面)
: 밖에 나갈 때는 가는 곳을 반드시 아뢰고 되돌아와서는 반드시 얼굴을 보여 드린다는 의미

사친이효(事親以孝)
: 세속오계 중 하나로 어버이를 섬김에 효도를 다한다는 의미

반포보은(反哺報恩)
: 자식이 부모가 길러준 은혜를 갚는다는 말

풍수지탄(風樹之嘆)
: 효도하고자 할 때에 이미 부모는 돌아가셔서 효행을 다하지 못하는 슬픔을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