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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

그것이 궁금하다


글. 백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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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를 전쟁의 역사라고 말한다. 사람이 세상에 생겨나면서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갈등하고 반목하며, 분쟁하는 일들의 연속이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말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우리는 ‘고질적’인 질문 하나를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은 선한 존재인가, 악한 존재인가.”

인간 본성에 대한 궁금증은 인류의 역사 이래 끊임없이 되풀이돼 온 문제 중 하나다. 마치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는 물음처럼 말이다. 그렇게 인간의 본성 그리고 그 근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아니 부딪히게 되는 또 하나의 난제(難題)가 있으니 바로 ‘신(神)’에 대한 문제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항상 제자리로 돌아오고야 마는 수수께끼 같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결코 구할 수 없는 것인가.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처럼, 오랜 시간 동안 묻고 또 물어도 결국 다시 내게 돌아오는 메아리 같은 질문들. 아직까지 풀지 못한 이 문제들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증은 다양한 형태와 모습을 입은 채로 세상에 나왔으니 바로 철학이고 사상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참으로 많은 사상가들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 논하기를 좋아했다. 선과 악에 대한 궁금증은 결국 신의 존재 유무를 논하고, 신이 있다면 왜 악(惡)이 생겨나게 내버려두었는지(?)를 묻고 싶은, 혹은 따지고 싶은 마음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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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콘스탄틴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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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선한 존재인가, 아니면 악한 존재인가에 대한 물음은 인류의 가장 오랜 궁금증 중 하나일 것이다.
이에 맹자는 ‘성선설’을 순자는 ‘성악설’을 주장하며 인간의 본성에 대해 논했다.
 


성선설과 성악설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성선설과 성악설. 인간의 본성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약방의 감초 같은 학설이다.

성선설로 유명한 맹자는 “인간은 선하게 태어났으며 본성을 지키면 누구나 성인군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이라고 한 <중용>의 내용을 계승해 ‘성(性)’을 만물에 내재된 하늘의 작용 즉 천명으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성 즉 하늘이 사람에게 부여한 것, 사람이 날 때부터 갖추고 있는 것을 ‘선’으로 본 것이다.

맹자에 따르면 사람의 본성은 의지적인 작용에 의해 인간의 덕성(德性)을 높일 수 있는 단서(端緖)를 천부적으로 갖추고 있다고 보았다. 측은(惻隱)·수오(羞惡)·사양(辭讓)·시비(是非) 등의 마음이 4단(四端)이며 그것은 각각 인(仁)·의(義)·예(禮)·지(智)의 근원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맹자는 사람이라면 단연 갖춰야 것들을 다음과 같은 말을 통해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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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히 여기는 마음(측은지심)이 없는 것은 사람이 아니고, 부끄러운 마음(수오지심)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사양하는 마음(사양지심)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시비지심)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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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사장 미카엘이 사단(악마)을 잡는 모습을 그린 그림
Archangel Michael from windowpane from 19. cent. in the cathedral of
Assumption of Virgin Mary.

 



반면 성악설로 유명한 순자는 “인간의 성품은 악하다. 선한 것은 인위(人爲)다.”고 주장했다. 인간은 본디 악하게 태어났으며, 선은 선천적인 것이 아닌 후천적이라는 것이다. 비록 악하게 태어났지만 사람이 노력해 그 타고난 기질을 변화시킴으로써 선하게 될 수 있다는 ‘화성기위(化性起僞)’론이 여기서 나온 것이다.

서양에서는 헬레니즘 시대의 스토아학파가 성선설을 주장했다. 이들의 관점은 루소에 이르러 정점에 이르게 되는데, 루소는 인간의 본성은 본래 선한 것인데 문명과 사회제도의 영향을 받아 악하게 됐다고 생각했다.

반면 서양에서의 성악설은 기독교의 ‘원죄설’에 바탕을 둔다. 인간은 원죄를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선한 존재일 수 없다는 것이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죄악이 인간 본성 가운데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에 제거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본성과 선・악에 대한 궁금증은 다양한 학설을 낳았으며, 이는 또 여러 모양의 사상과 철학으로 그 저변을 확대해갔다. 뿐만 아니다. 이러한 궁금증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오며 다양한 모습으로 사회 곳곳에 침투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문화’다.

사와 악마의 대결
선과 악의 근본에 대한 궁금증은 종교 내 특히 기독교 안에서 그 정점을 찍는다. 특히 기독교 사상이 그 근간을 이루는 서양문화의 경우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독교 문화를 엿볼 수 있다. 그래서인가. 소설이나 영화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 중 하나가 바로 ‘선과 악’ 즉 하나님과 사단・마귀에 대한 것이 많다. 당연히 성경 속에서 그 이야깃거리를 찾는다.


성경은 선과 악에 대한 구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천지만물을 만든 창조주 하나님(선)과 피조물이면서 하나님을 대적해 스스로 높아지려 했던 존재인 사단(악). 그 대적의 출현으로 말미암아 세상은 ‘악(惡)’이 성행하는 요지경 속이 말았다. 이후로 지금까지 하나님은 사단에게 빼앗긴 나라를 다시 찾기 위해, 사단은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전쟁을 이어왔다. 그렇게 영계 하나님과 사단 그리고 그 소속의 영들이 들어 쓰는 육계의 사람들 간에 전쟁이 있어지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성경 속 이야기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와 문자적으로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비유로 가득한 내용들에 자기만의 상상력을 가미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기에 성경을 소재로 만들어진 소설이나 영화들 역시 난해하거나 플롯이 엉성한 경우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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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시 성경을 소재로 한 소설과 영화 몇 작품을 소개해본다. 먼저 미국의 소설가 댄 브라운의 <천사와 악마(Angels & Demons, 2000)>가 있다. 중세 시대 때 조직된 일루미나티라는 비밀결사 단체와 로마 교황청 간의 갈등을 둘러싼 미스테리 소설이다. 인류 역사가 시작될 때부터 과학과 종교간에는 깊은 골이 있었는데 중세 시대 때 이탈리아에서 가장 뛰어난 지성을 갖춘 물리학자, 수학자, 천문학자들이 비밀 회합을 갖고 교회가 그릇된 가르침을 전파하는 것을 우려해 세계 최초의 과학자 집단을 만들고 스스로를 ‘계몽된 사람들’ 즉 일루미나티로 부르며 대립해오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소설이다. 소설은 2009년 동일한 제목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흥행을 거두기도 했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배우 키아누 리브스와 틸다스윈튼이 나온 영화 <콘스탄틴(Constantine, 2005)>은 인간의 형상을 한 혼혈 천사와 혼혈 악마가 존재하는 세상,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그들을 구분하는 능력을 타고난 존 콘스탄틴(키아누 리브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영화다. 천국과 지옥의 경계를 넘나들며 세상에 존재하는 악을 지옥으로 돌려보내는 존 콘스탄틴이 악의 세력이 점령한 어둠의 세계를 구원하는 이야기다. 다양한 CG(컴퓨터 그래픽)를 통해 천사와 악마의 대결, 지옥의 모습을 담아낸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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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영화 뷰티플 크리처스 포스터, 우)영화 천사와 악마 포스터

 


2013년도에 개봉한 영화 <뷰티플 크리처스(Beautiful Creatures, 2013)>는 마녀의 운명을 타고난 소녀가 열여섯 살 생일에 선과 악 중한 가지 힘을 선택해야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이야기다. 세상을 끝낼 수도, 새롭게 시작할 수도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진 열여섯 소녀 ‘리나’는 과연 선과 악 중 무엇을 선택하게 될지 자못 긴장감을 갖게 하는 영화다.

신흥종교의 비리를 찾아내는 종교문제연구소 ‘박목사(이정재)’가 새로운 종교단체를 조사하면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일을 그린 영화 <사바하(娑婆訶, SVAHA : THE SIXTH FINGER, 2019)>도 비슷한 주제의 영화라 할 수 있다. 종교가 하나의 신념이 되어버리고, 맹종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과연 ‘선과 악’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다.


말이 곧 영이다
모든 종교는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지만 이는 종교가 아니어도 사람이라면 마땅히 그리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사랑하고 희생해야 한다고 말하는 종교계 내에서 외려 더 많은 비리와 범죄가 일어난다. 유독 개신교 목사들에게서 그 범법행위를 많이 찾을 수 있는데, 이는 결국 성경도 하나님의 뜻도 모른다는 것을 스스로 방증하는 꼴이나 다름없다.

대부분 성경을 소재로 한 영화는 선과 악을 가르면서, 권선징악의 결말을 갖는다. 또한 보이지 않는 존재인 ‘영(靈)’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사람을 이용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성경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영이 육을 들어 역사한다’는 내용만은 알고 있는 것이다.
열 둘 중에 하나인 가룟인이라 부르는 유다에게 사단이 들어가니(누가복음 22장 3절) 조각을 받은 후 곧 사단이 그 속에 들어간지라 이에 예수께서 유다에게 이르시되 네 하는 일을 속히 하라 하시니(요한복음 13장 27절)

기독교의 경서인 성경에 기록된 내용이다. 영이 육 곧 사람을 들어 역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 중 하나다. 옛말에도 그 사람이 하는 말과 행동을 통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말이 곧 영이라는 말처럼 그 사람의 언행을 보면 그 사람을 주관하고 있는 영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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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각자의 생각으로 갖은 철학과 사상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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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 세계적으로 ‘막말’ 열풍이 불고 있다. 이는 한국 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종교를 떠나 사회적으로도 큰 물의를 일으킨 ‘막말’ 중의 ‘막말’이 있으니 바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전광훈 대표회장의 ‘막말’이다. 세상 천지 어디에도 전광훈 목사의 막말을 뛰어넘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광훈 한기총 대표회장은 지난해 10월 22일 열린 광화문광장 집회에서 “나는 하나님의 보좌를 딱 잡고 산다”며 “하나님 꼼짝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는 막말로 대한민국 기독교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막말을 넘어 신성목독까지 일삼은 그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기관의 대표라는 것은 지금 한국교회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전 목사의 이러한 막말에도 여전히 그를 따르는 교인들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를 비판하거나 지적하는 목회자들도 찾기 어려운 현실이다. 성경은 분명히 말하고 있다. 하나님을 대적하여 높아지려고 하는 존재가 바로 사단, 마귀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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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지난 1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범국민투쟁본부가 주최한 대한민국 바로세
우기 국민대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한편 전광훈 목사는 지난해 10월 22일 집회에서 신성모독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접신(接神)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신이 접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바뀐다는 말이다. 또한 흔히 쓰는 말 중에 “정신 나간 놈” “얼빠진 놈”이라는 표현도 있다. 그만큼 함께하는 신(영)이 중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만일 악신이 그 사람을 주관하고 있다면 악을 행해도 그것이 악이라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

하나님의 이름을 빌려 호의호식하면서 정작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한기총 대표회장과 또 그와 같은 소속이 되어 선악 구분을 하지 못하는 목사들. 그들이 (입으로만) 믿는다고 말하는 예수님은 “선한 이는 오직 하나님 한 분”뿐임을 증거했다. 그러니 선하신 하나님을 대적한 한기총의 소속이 어디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만천하에 드러나게 됐으니 아니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인류가 생겨난 이래 그토록 궁금해 했던 선과 악에 대한 문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사람이 만들어낸 철학과 사상, 생각에서 찾고자 한다면 어쩌면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가 될 수도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지난 1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범국민투쟁본부가 주최한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대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한편 전광훈 목사는 지난해 10월 22일 집회에서 신성모독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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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철학과 헛된 속임수로 너희를 노략할까 주의하라 이것이 사람의 유전과 세상의 초등 학문을 좇음이요 그리스도를 좇음이 아니니라(골로새서 2장 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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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론을 파하며 하나님 아는 것을 대적하여 높아진 것을 다 파하고 모든 생각을 사로잡아 그리스도에게 복종케 하니(고린도후서 10장 5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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