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루 | GEULMARU

로그인 회원가입 즐겨찾기추가하기 시작페이지로
글마루 로고


 

분단의 아픔이

서린 곳에서

평화를 외치다


글. 백은영 사진. 백은영, 이지예


01.jpg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녘땅 금강산 구선봉과 송도가 보인다.
 

올해는 우리 민족에게 있어 특별한 해이다. 먼저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온 나라, 온 국민이 마음을 모았던 3·1만세운동이 일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며, 3·1 운동의 정신을 계승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출범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지만, 정작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제는 더 이상 기념행사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기념해 온 수많은 행사들의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 열매란 다름 아닌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우리 민족의 통일과 이를 바탕으로 세계 평화를 이뤄가는 것이다. 한반도의 통일과 세계평화. 이는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의 화두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고성 DMZ 평화의 길
햇살이 눈부시던 5월의 어느 날, 우리는 시리도록 아름다운 북녘 땅을 마주했다. 비록 먼발치에서 바라보았을 뿐이지만 두 눈에 들어온 저 너머는 슬프고도 아름다웠다. 북위 38도, 이북 88㎞ 지점에 위치한 이곳 고성 통일전망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전망대다. 그만큼 분단의 현실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해발 70 의 고지 위에 14 높이로 신축된 통일전망타워는 DMZ(비무장지대)와 남방한계선이 만나는 곳으로 시야가 좋은 날이면 금강산 1만 2000봉 중 외금강 2000여 봉우리와 금강산의 마지막 봉우리인 구선봉, 바다 위의 금강이라 불리는 해금강을 또렷하게 마주할 수 있다. 망원경을 통해서는 저 너머 나무꾼과 선녀의 전설이 깃든 감호도 만나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짙푸른 동해와 그 위에 떠 있는 송도. 그 위로 부서지는 파도가 만들어내는 새하얀 포말. 송도를 기점으로 남한과 북한이 나뉘는 곳. 거짓말 조금 보태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그곳을 눈앞에 두고도 갈 수 없는 현실. 바로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02.jpg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녘땅. 왼쪽 뒤편에 수묵화처럼 보이는 것이 금강산(외금강 2000여 봉우리)이다.
산 위에 보이는 작은 건물은 금강산 전망대다.
 


쉼 없이 오고가기를 반복하는 저 파도에게는 이념도 국경도 없을 터. 어디 이뿐이랴. 저 푸른 하늘을 자유롭게 비행하는 새들에게 이념과 국경은 그저 허울과 허상일 뿐. 바다도, 구름도, 새들도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 곳을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는 사람만은 자유롭게 넘나들지 못하니, 어찌 만물의 영장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진정 만물의 영장이 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 또한 남아 있음을 새삼 생각해 본다.

“아~ 애달프고 애달프다. 어찌 피를 나눈 동족만이 서로 자유로이 왕래하지 못한단 말인가. 어느 누구의 잘못인가. 이제 와 누구를 탓하고 원망한단 말인가. 이 분단의 아픔은 이제 우리가 끝내야 할 때가 아닌가.”

분단의 상처는 이쯤에서 걷어내고 이제 평화의 세계를 후대에게 물려줘야 할 책임과 의무가 우리에게 있음을 저 만물이 외치고 있는 것만 같다. 이 평화의 때를 만물도 아는지, 분단 66년만인 지난 4월 27일 ‘고성 DMZ 평화의 길’이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이는 남북 정상의 합의에 따른 것으로 강원도 고성군 동해안 DMZ(비무장지대) 일대 둘레길이 통일과 평화를 염원하는 방문객들을 맞고 있다. 둘레길은 통일전망대에서 시작해 해안 철책을 따라 바닷길을 걸은 뒤 군사분계선에서 1.5㎞ 가량 떨어진 금강산전망대까지 방문하는 코스로 이루어졌다.

이곳 전망대에서 바라본 저 너머는 자유를 박탈당한 곳이지만, 어쩌면 우리가 서 있는 이곳도 아직 진정한 자유를 얻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자유란 피를 나눈 형제가 함께 누릴 때에 비로소 자유라 할 수 있는 것. 우리는 반쪽짜리 자유를 누리면서도 그것이 온전한 것인 줄 착각하고 살아온 것은 아닐까. 그래서 온전한 자유를 누리기 위한 몸부림을 쳐본 적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온전한 자유를 찾기 위한 ‘통일’이라는 몸부림. 과연 우리는 얼마나 간절하게 부르짖었을까.



03.jpg
고성 통일전망타워
 

내가 누리고 있는 반쪽짜리 자유에 만족한 나머지 통일에 대해 무관심하진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는 순간들이다. 그마저도 이곳에 오지 않았더라면 생각조차 못해봤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 되었을지도 모를 그 애절한 몸부림. 우리 모두가 통일을 향한 간절한 몸부림을 친다면, 머지않은 날 저 너머 우리의 동포들도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고성 DMZ는 피를 나눈 민족과 가족이 남북으로 갈려 만나지 못한 채 60여 년의 세월 동안 방치된 곳이다. 분단의 중심에 놓인 고성군은 군내에 휴전선이 그어지면서 고성군마저도 남북으로 나뉘어져 분단 역사의 아픔을 대변하고 있다. 이렇듯 분단과 이산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 그래서인가. 고성군을 둘러싼 아름다운 풍광들을 볼 때마다 가슴 저 깊은 곳에서부터 꿈틀거리는 아득한 그리움이 더욱 커져만 간다.


04.jpg
고성 통일전망대에 세워진 조국통일선언문
 


조국통일선언문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은 종교를 뛰어넘어 민족의 염원이라는 것을 상징이라도 하듯 고성 통일전망대에는 통일을 기원하는 ‘통일미륵불’과 ‘성모마리아상’이 북쪽을 바라보며 서 있다. 이곳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세워진 <조국통일선언문> 비(碑)다.

<조국통일선언문>은 지난 2010년 8·15광복 65주년을 기해 6·25참전용사이자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 이만희(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총회장) 대표가 수십만 인파 앞에서 공표한 민간 최초의 통일선언문이다.


“통일을 위해 먼저 서·동독 같이 남북 지도자가 한 자리에 모여 협의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국민의 뜻에 맞추어 하루속히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 이는 조국과 국민들의 염원이며, 세계인들이 바라는 평화이다.”

“참으로 나라를 사랑하고 국민을 사랑하는 지도자라면 국민이 잘 사는 정치를 해야 하고, 국민이 원하는 통일을 하도록 해야 한다. 조국이 양단된 나라와 국민이 세계 속에서 떳떳할 수 있겠는가? 양 지도자는 부끄러운 나라와 국민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

“동족 가슴에 겨누고 있는 총부리를 거두어야 하고, 남북 국민들이 자유롭게 왕래해야 한다.”

“종교는 영적 세계의 신앙이므로 종교의 자유가 있어야 한다. 종교는 영적 차원이므로 국경이 없다. 또 종교인은 경서를 기준으로 한 신앙을 해야 한다. 경서를 기준으로 한 신앙은 종교통일을 이룰 수 있으며, 지상 하늘나라 광복이 되고, 하늘문화 빛이 전개되어 새 세상이 실현된다.”


위에서 언급한 4개의 조항을 지킴으로 평화적 남북 조국통일을 이룩할 수 있고, 종교통일을 할 수 있으며 세계 평화가 될 수 있음을 천명한 것이 바로 <조국통일선언문>이다. 선언문 발표에는 당시 이만희 대표를 비롯한 각계각 층의 인사 33인이 국민대표로 함께했다.

남북 두 정상의 회담과 분단 66년 만인 지난 4월 열린 ‘고성 DMZ 평화의 길’을 시작으로, 지난 6월 개방된 ‘철원 DMZ 평화의 길’까지. 닫혀 있고 막혀 있던 공간들이 개방되는 것을 보면서 <조국통일선언문>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 대한민국의 통일과 세계평화를 염원하며 새긴 한 글자, 한 글자가 하나 둘 마치 그 빛을 발하고 있는 것만 같다.


05.jpg
 
06.jpg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난 ‘DMZ박물관’
36년간의 일제강점기. 나라 잃은 그 깊은 서러움과 일제의 핍박을 이겨내고 맞이한 해방의기쁨도 잠시. 서구 열강에 의해 남북으로 분단 된 조국은 또 다시 비극을 맞이하게 된다. 동족상잔의 비극 6·25가 남긴 상흔은 아직도 우리 강산 곳곳에 남아 그날의 참혹함을 기록하고 있다.

동해안 최북단 금강산 가는 길목에 들어선 ‘DMZ박물관’은 정전협정 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상황과 전쟁의 흔적을 여실히 보여준다. 전쟁으로 인해 생겨난 DMZ. 그래서 사람들은 DMZ를 축복받지 못한 탄생으로 부른다. 이처럼 상처뿐 일 것 같은 비무장지대이지만, 휴전 이후 사람의 왕래가 없던 탓에 생태계의 보물창고로도 불린다. 지나간 아픈 역사가 만든 아이러니이다.

DMZ박물관에서는 비무장지대의 역사와 문화유적 그리고 생태계 현황을 알아볼 수 있으며, 평화통일을 위한 남북교류와 협력사업 등 관련 자료도 만나볼 수 있다. 항시 볼 수 있는 상설전시 외에도 기획전시 등을 통해 전쟁의 상처를 딛고 통일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이곳 박물관의 역할 중 하나다.

우리보다 먼저 분단의 아픔을 겪고, 또 우리보다 앞서 통일을 이룬 독일. 국민들의 염원이 동력이 돼 통일을 이룬 독일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민족 또한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이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DMZ박물관 야외전시장에는 독일의 분단과 통일의 상징이 된 ‘베를린 장벽’이 전시돼 있으며, 2010년 동부전선에서 철거된 비무장지대 철책, 평화의 날개 조형물, 2004년 6월 남북정상급회담 합의에 따라 철거된 대북심리전 확성기 및 문자전광판 등이 전시돼 있어 ‘전쟁과 평화’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든다.

‘평화와 생명의 땅 DMZ’. 이곳을 진정한 평화와 생명의 땅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06.jpg
DMZ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설치된 ‘베를린 장벽(좌)’과 ‘평화의 날개(우)’ 조형물
 


조화신공이 물물마다 헌사롭다
분단과 전쟁의 땅에서 평화와 희망의 땅으로의 변화를 소망하는 강원도 고성군. 평화를 염원하는 간절한 바람을 담고 통일전망대에서 내려오다 보면 고성군 죽왕면에 자리한 송지호(석호)와 송지호 남쪽 해안가 오호리 등대 부근에 있는 서낭바위를 만날 수 있다.

송지호 남쪽 해안가는 자연이 만든 기암괴석으로 유명하다. 돌고래를 닮은 바위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그중 두 개의 바위는 마치 돌고래가 서 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바다 위에 펼쳐진 바위 군락들의 모습이 마치 자유를 찾아 동해 저 머언 바다로 나가려는 것만 같다.

이곳은 약 1억 3000만 년 전에 형성된 화산지형으로 모암인 화강암에 규장암질 마그마가 스며들어 수평으로 암맥이 발달된 곳으로 규장암맥의 폭은 7~10㎝, 길이는 약 20다.

또한 이곳에는 ‘서낭바위’로 불리는 거대한 바위가 있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모양이 부채를 닮았다고 해서 부채바위로도 불린다. 하지만 보는 방향과 각도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도 비춰질 수 있으니, 해석하기 나름이다. 서낭바위를 처음 봤을 때 피라미드 앞을 지키고 서있는 스핑크스를 닮았다고 느꼈으니 말이다.

한편 서낭바위는 마을의 수호신인 서낭신을 모신 성황당과 관련이 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인가. 이곳을 찾은 저녁 무렵, 무속인인 듯 보이는 한 남성이 널따란 바위 위에 올라 무당 춤(巫舞) 비슷한 동작을 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이곳은 원래 군사보호구역이었으나, 2010년 일반에 개방되면서 천혜의 비경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서낭바위의 기기묘묘함을 뒤로 하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옵바 위로 걸음을 옮겼다.


07.jpg
고성군 죽왕면 송지호해수욕장 인근 서낭바위 주변 갯바위
 
08.jpg
서낭바위는 마을의 수호신인 서낭신을 모신 성황당과 관련이 있다고 전해진다.
 


옵바위는 고성군 죽왕면 공현진리에 위치한 곳으로 일출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아쉽게도 어스름이 내려앉기 시작한 저녁에 도착해 일출을 담지는 못했지만, 동해의 차가운 파도를 맞으며 서 있는 옵바위와 그 주변으로 부서져 내리는 파도가 만들어내는 장관을 만날 수 있었다.

망망대해(茫茫大海).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모를 하얀 포말을 만들어내는 거센 파도 그리고 파도와 바위가 만들어내는 하모니. 가만히 앉아 자연이 만들어내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만 가지 시름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하늘과 바다가 서로 맞닿은 풍경은 과연 누구의 주제련가. 조물주의 조화신공(造化神功)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대자연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세찬 바람과 거센 파도를 이기고 억겁의 세월을 묵묵히 견뎌낸 끝에 비경을 만들어낸 바위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치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듯하다.

“조금만 더 참고 견디면 이제 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09.jpg
고성군 죽왕면 공현진리에 위치한 옵바위


화진포에서 통일된 미래를 보다
강원도 고성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석호(潟湖)인 ‘화진포 호수’가 있다. 화진포는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해 생태계의 중요한 통로 역할을 하는 곳으로 호수 주변에 병풍처럼 펼쳐진 울창한 송림이 장관을 이룬다. 여름이면 호수둘레에 해당화가 많이 피어 ‘화진포(花津浦)’라는 이름이 붙었다.

화진포는 남쪽과 북쪽에 8자형을 그리면서 북호와 남호로 나뉜다. 이 중 바다와 연결되는 북호의 해안가에는 여름휴가지로 잘 알려진 화진포해수욕장이 있다. 넓게 펼쳐진 백사장과 옥색의 바닷물이 흡사 제주도에 온 느낌을 준다.

이곳 해안길과 화진포 둘레길을 걷다보면 우리는 분단 이전과 이후 남과 북의 정치인과 유명인사들이 별장으로 이용하던 건물을 만나게 된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 별장과 이기붕 부통령 별장, 화진포의 성(김일성 별장)이 지근거리에서 화진포를 내려다보고 있다.

1910년,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이승만이 선교사를 만나러 왔다 그 풍광에 반한 곳이 화진포다. 오랜 시간이 흘러 6·25때 국군이 화진포를 되찾자 선교사 집이 있던 이 자리에 별장을 짓고 낚시를 즐겼다고 한다. 이기붕 부통령 별장은 1920년대 외국인 선교사들에 의해 지어진 사택으로 해방 이후 북한공산당 간부 휴양소로 사용돼 오다가 휴전 후 이기붕 부통령의 부인 박마리아가 개인별장으로 사용하던 곳이다.

여기서 눈여겨 볼만한 것은 ‘화진포의 성’으로 1938년 선교사 셔우드홀 부부의 의뢰로 독일망명 건축가 베버가 건축했다. 1948년부터 1950년까지 2년 간 김일성과 김정숙이 이곳을 사용해 ‘김일성 별장’으로도 불리며, 한국전쟁 이전 이곳이 북한 지역이었음을 말해주는 건물이다. 한국전쟁 중 훼손된 건물을 2005년 3월 옛 모습으로 복원해 전시, 운영하고 있다.

한편 김일성 별장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1948년 8월 김정일이 그의 동생 김경희와 앉아 사진 찍었던 곳’이라는 표식과 함께 사진이 붙어 있다.


 
10.jpg
화진포 일대에 자리 잡은 이승만 대통령 화진포 기념관(좌)과 김일성 별장으로 가는 계단에 새겨진 표식(우)
 
11.jpg
 

본래 하나였던 곳. 어쩌다 둘로 나뉘어 한때는 북쪽이었다가, 또 지금은 남쪽인 곳. 역사는아이러니하게도 이곳 화진포에 북한과 남한의 지도자였던 김일성과 이승만의 별장을 함께 두었다. 이념과 사상은 달라도, 자연의 빼어난 풍광과 만물이 주는 경이로움 앞에는 하나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자연의 섭리이자 이치가 아니겠는가.

마찬가지다. 남과 북이 이념도 지도자들의 잇속이 아닌, 오직 ‘민심이 천심’이라는 이치만 알았더라도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있지는 않았을 터다. 지금 그 이치는 말하고 있다. 아니,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세상은 전쟁이 아닌 평화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쩌면 지나간 역사가 이곳 화진포에 우리들의 미래를 숨겨놓고 갔는지도 모른다. 비록 지금은 둘로 나뉘어져 있지만 그 어느 날이 되면 곧 하나로 회복될 것을 말이다.

새로운 세상의 개국공신
분단과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고 통일된 미래를 그려보며 강원도 고성 일대를 둘러보는 마지막 코스는 강원 양양군 현북면 하광정리에 위치한 하조대(河趙臺)다. 이곳의 풍광 또한 그 어디서 보더라도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동해 특유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바다로 뻗어 나온 기암절벽 위에 자란 소나무는 이곳 하조대의 명물이다.

어찌 저 단단한 바위 위에 소나무가 뿌리를 내릴 수 있었을까. 문득 “혼이 담긴 계란은 바위를 깬다.”는 말이 떠올랐다. 사람의 생각으로는 불가능할 것 같아 보일지라도, 정신만 똑바로 서 있다면 계란도 바위를 깨고, 화살도 바위를 뚫을 수 있는 법. 대자연 앞에 사람은 작아질 수밖에 없고, 반면 또 초연해질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본다.

하조대는 조선의 개국공신인 하륜(河崙)과 조준(趙浚)의 앞 글자에서 따온 말이다. 이곳 하조대에 서서 저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가슴 벅차도록 희망찬 미래를 그려본다. 다가올 조국의 통일과 세계 평화를 이루는 새로운 세상의 개국공신. 그 주인공이 내가 그리고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하는 즐거운 상상 말이다.


12.jpg
양양 하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