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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의 알프스’ 울산을 가다

좋고 좋아
마음마저 사로잡는 곳


글 백은영 사진 김미라


유럽에 알프스(Alps)가 있다면 대한민국에도 울산, 밀양, 양산, 청도, 경주를 중심
으로 펼쳐진 영남 최고의 산맥이 있다. 해발 1000m 이상 되는 7개의 산군(山群)
이 유럽의 알프스산맥에 견줄 만큼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하여 붙여진 이름 ‘영
남의 알프스’. 그중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과 경남 밀양시 산내면, 청도군 운문
면에 걸쳐 있는 가지산(1240m)의 비경은 그야 말로 탄성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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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산 (사진제공 울산시청)
 


새벽 3시. 글마루 답사팀은 조금은 이른 아침을 맞았다. 울릉도를 목적지로 떠난 답사였기에 분주히 움직였으나 갑작스런 일기의 변화와 예상치 못한 변수로 스케줄을 조정해 울산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나마 새벽길을 달려왔던 터라 울산으로 목적지를 급선회했어도 첫날의 스케줄을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갑작스레 변경된 스케줄에 어디부터 답사를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던 것도 잠시, 울산이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지닌 도시라는 사실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포항에서 달려 도착한 울산은 ‘중공업 도시’라는 타이틀만 생각하던 기자에게 반전의 매력이 돋보이는 생태 도시로서의 이미지를 심어줬다. 게다가 영남의 알프스로 불리는 해발 1240m의 가지산까지 딱 버티고 있으니 그야 말로 산 좋고, 물 좋은 도시가 아니겠는가.

울산 12경, 태화강 선바위와 십리대밭

처음 답사팀이 발을 디딘 곳은 울산광역시 울주군 범서읍 입암리에 위치한 태화강 선바위 일대다. 동해 경계에 위치한 태화강은 길이 46.02㎞, 유역면적 643.96㎢로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의 가지산과 고헌산(1033m) 등에서 발원하는 남천(南川)을 본류로 동쪽으로 흐른다.

2006년 울산발전연구원의 탐사연구에 따르면 태화강은 다른 강에서는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강물의 시원점인 ‘원류’가 두 곳으로 발표되기도 했다. 가지산은 역사적 개념의 발원지로, 백운산은 하구로부터 최장거리를 원류로 삼고 있는 지리적 개념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즉 가지산 쌀바위까지 유로(유역 길이)가 45.43㎞인데 반해 백운산 탑골샘까지는 47.54㎞로 실측되면서 백운산 탑골샘이 ‘최장거리 발원지’로 확정됐으며, 가지산 쌀바위는 ‘상징적 발원지’로 개념이 바뀌게 된 것이다.


태화강 상류를 따라 걷다 보면 백룡이 살았다는 전설이 깃든 백룡담 위로 마치 금강산 해금강의 한 봉우리를 옮겨 놓은 듯 기묘한 형상을 한 바위를 만날 수 있다. 높이 33.2m, 둘레 46.3m의 이 선바위는 뒤에 장엄하게 버티고 있는 절벽과 뚝 떨어져 있어 그 신비함이 더한다. 게다가 이 기묘한 형상의 바위는 주변 바위들과는 전혀 다른 재질이라고 하니 볼수록 신기하고 알수록 신비하다.

한참동안을 바라보고 있자니 속세에 물들지 않고 독야청청하겠다는 선비들의 올곧은 절개와 기개가 뿜어져 나오는 듯 위풍당당한 모습마저 느껴졌다. 그 깊이를 쉽게 가늠할 수 없는 강물 위로 우뚝 솟은 모습에서 태평성대를 꿈꾸는 임금의 모습이, 외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리라는 굳은 맹세를 한 장군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곳을 수없이 오고갔을 수많은 시인묵객들의 모습이 교차되며 한 구의 시조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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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 선바위 마치 금강산 해금강의 한 봉우리를 옮겨 놓은 듯 신비한 모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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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벗이 몇인가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그 더욱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구름빛이 맑다하나 검기를 자주한다
바람소리 맑다하나 그칠 때가 많은도다
맑고도 그칠 때 없기는 물뿐인가 하노라

꽃은 무슨 일로 피면서 쉬이지고
풀은 어이하여 푸르른 듯 누르나니
아마도 변치 않음은 바위뿐인가 하노라
더우면 꽃이 피고 추우면 잎지거늘

소나무야 너는 어찌 눈서리를 모르느냐
지하의 뿌리 곧은 줄을 그것으로 아노라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 시키며 속은 어이 비었느냐
저렇고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 하노라

- 윤선도의 오우가(五友歌)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시조시인으로 유명한 고산 윤선도(1587~1671). 숱한 배신과 모함으로 여러 번에 걸친 귀양살이 도중 죽을 고비를 넘긴 그는 세상을 떠나 자연과 벗하며 사는 삶을 노래했다. 아마도 이곳 선바위를 찾았던 많은 시인묵객들 또한 그러했으리라.

검푸른 수면 위로 선명하게 투영된 선바위의 모습. 산인가 바위인가 하늘에 솟은 이 층암을 찾던 이들은 분명 이곳에서 자연을 노래하고 풍류를 즐겼으리라. 이들 선인들이 이곳에 정각을 세웠으니 바로 ‘입암정’이다. 정몽주, 이언적, 정구 선생 등이 이곳을 많이 찾았다고 한다.

선바위 뒤로 보이는 절벽 끝자락에는 용암정이라는 작은 암자와 선암사라는 자그마한 절이 있어 운치를 더한다. 답사팀이 찾은 날에도 선암사에서 흘러나오는 목탁소리와 염불 외는 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지며 평온함을 더했다.

조선 중기에 만들어진 용암정에는 제법 높은 담이 둘러있어 선바위의 경관을 가리는데, 이는 불가의 도리를 깨닫기 위해 용맹 정진하는 스님들의 마음을 선바위가 설레게 한다고 해 만들어진 담장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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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암 신라 제30대 문무대왕의 뒤를 이어 세상을 떠난 문무대왕비가 호국룡이 되고자 큰 바위 아래로 잠겼다는 전설이 있다.
 



백룡이 살았다는 전설이 있어서일까. 옛날 선인들은 날이 가물어 천지가 타오를 때면 이곳에서 머리 숙여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선바위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눈이 즐거울법한데 이 선바위를 기점으로 태화강변에 조성된 십리대밭 길은 마음 깊은 곳까지 시원하게 만든다. 4㎞에 이르는 긴 구간에 조성된 대나무 숲은 일제강점기 이곳에 살던 주민들이 홍수 방지용으로 대나무를 심은 것이 지금까지 온 것이라 한다. 반면, 울산 최초의 읍지인 1749년 <학성지>에 “오산 만희정 주위에 일정 면적의 대밭이 있었다”는 기록으로 보아 그 이전부터 태화강변에 대나무가 자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국 수호의 염원이 깃든 대왕암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앞바다에 신라 문무대왕의 수중릉(水中陵, 사적 제158호, 대왕암)이 있어 동해를 수호한다면, 울산에는 문무대왕의 뒤를 이어 세상을 떠난 문무대왕비가 남편처럼 동해의 호국룡이 되고자 큰바위 아래로 잠겼다는 전설이 깃든 대왕암이 있다.

울산 대왕암은 울주군 간절곶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빨리 뜨는 곳이다. 한반도 동남단에서 동해 쪽으로 가장 뾰족하게 나온 부분의 끝 지점에 해당하는
대왕암공원은 동해의 길잡이를 하는 울기항로표지소
로도 유명하다. 공원입구에서 등대까지는 600m 송림
이 우거진 길로 수령이 100년이 넘는 1만 5000그루의
아름드리 해송이 우거져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해송은 사시사철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며, 해풍을 막아줄 뿐 아니라 대왕암을 찾는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울산 12경 중 하나인 대왕암공원은 신라 문무대왕비가 “죽어서도 호국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는 유언을 남기고 바위섬 아래 묻혔다는 전설에 걸맞게 거대한 바위(대왕암)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옅은 황토색과 붉은 기운을 살짝 감도는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군집을 이뤄 일대 장관을 이루는 대왕암공원은 예부터 경치가 아름다워 ‘해금강’이라 불렸다. 마치 호국용이 돼 대왕암 아래 잠든 문무대왕비를 호위라도 하듯 군집을 이뤄 검푸르고 짙푸른 바다 위에 떠있는 기암괴석들은 장엄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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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암공원 해송과 바위 대왕암공원에는 600m 송림(해송)길이 우거져 있다. 수령이 100년이 넘는 1만 5000그루의 해송이 해풍을 막아준다.
마치 한 쌍의 돌고래가 껴안고 있는 듯한 모습의 바위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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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의 알프스 간월재 신불산과 간월산 사이를 넘어가는 간월재 일대에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파도의 세기와 높낮이에 따라 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고 감추기도 하는 주변 바위들을 보며 ‘전설의 섬’으로 불리는 이어도(파랑도)가 언뜻 떠올랐다. 죽음의 섬이면서 또한 구원의 섬인 이어도. 삼국통일을 완수한 문무대왕이었지만 통일 후 불안정한 국가의 안위를 위해 죽어서도 용이 되어 국가를 평안하게 지키겠다던 그와, 남편을 따라 호국용이 돼 조국을 수호하겠다는 뜻을 밝힌 문무대왕비. 잠시 사라졌다 다시 그 모습을 드러내는 바위의 모습이 마치 “나라를 위기로부터 구해 평온한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문무대왕비의 간절한 외침 같았다.

대왕암은 육지에서 200m 정도 떨어진 바다에 있어 점점이 이어진 바위를 기둥 삼아 가로놓인 철교를 건너야 다다를 수 있다. 대왕암은 댕바위, 혹은 용이 승천하다 떨어졌다 해용추암이라고도 불린다. 이외에도 괴이하게 생겼다 하여 쓰러뜨리려다 변을 당할 뻔 했다는 남근바위, 탕건바위와 자살바위 등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가지산의 사계(四季)를 노래하다

울산 울주군 상북면 덕현리와 경남 밀양시 산내면·청도군 운문면에 걸쳐 있는 가지산. 바닷가에서 제일 높이 솟은 산이라는 의미가 담긴 이름이다. 예로부터 바닷가에서 제일 높이 솟은 산을 변산(邊山)의 의미인 가이산, 가시산이라고 불렀는데, 한자와 불교가 들어오면서 가지산(迦智山)으로 표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신라 흥덩왕 때에 전남 보림사에서 가지선사라는 중이 와서 석남사를 이 산기슭에 터 잡았다고 해 가지산으로 부른다는 설이 있으며, 까치산에서 유래한 지명이라는 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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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산 하늘억새길 산 전체를 수놓은 억새가 은빛 물결을 출렁이며 일대 장관을 이룬다. (사진제공 울산시청)
 




가지산의 사계는 울산 12경으로 지정됐다. 그도 그럴 것이 석남고개에서 정상까지 억새밭이 펼쳐지고 많은 기암괴석과 쌀바위 등이 등산객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영남의 알프스로 불리는 경남 북동부의 산악지대 중 최고봉으로 꼽히기에 가지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백두대간의 모습은 그야 말로 일품이요 명품이다.

태백산맥의 남쪽 여맥에 있는 가지산은 크게 세 방향으로 능선이 뻗어 있는데 그 가운데 문복산(文福山, 1013m)을 연결하는 북동 능선과 운문산(雲門山, 1188m)을 잇는 서쪽 능선은 경상남북도의 도계를 이루고 있다. 능동산(陵洞山, 982m)·천황산(天皇山, 1189m)으로 이어지는 남서 능선은 밀양시와 울산시의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남쪽 사면을 제외하면 대부분 완만한 경사를 이룬다.

특히 서쪽의 운문산과는 약 10㎞ 거리로 나란히 솟아 있어 멀리서 보면 하나의 산에 있는 쌍봉같이 보인다. 지질은 쥐라기에 관입한 화강암으로 되어 있어 곳곳에 기암괴석의 암봉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가지산에는 수량이 풍부한 폭포와 아름다운 소(沼)가 많아 철마다 그 비경을 달리하며, 태곳적 화산 활동에 의해 생겨난 기암절벽들은 시공간의 벽을 넘어 과거와 현재, 미래를 떠올리게 한다. 뿐만 아니다. 760여 종에 이르는 식물과 우리나라 전체 조류 450여 종 가운데 100여 종의 새가 살고 있어 ‘자연이 만든 거대한 동·식물원’으로 불릴 정도다.

영남의 알프스에는 해인사, 송광사와 함께삼보사찰로 꼽히는 큰 절인 통도사-통도사는 신럭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온 석가모니의 사리와 가사를 봉안해 불보(佛寶)사찰로 불린다-를 시작으로 운문사, 석남사, 표충사 등 문화유적지를 만날 수 있으며, 이 중 가지산에 있는 석남사는 비구니 도량으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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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산 설경 가지산의 사계(四季) 중 아름답지 않은 계절이 있겠는가마는 눈이 내려앉아 하얗게 눈꽃을 피운 산은 그 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답다.
(사진제공 울산시청)





가지산의 사계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것은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군락지(천연기념물 제462호)로 봄의 생명력을 한껏 뽐내고, 여름에는 석남사계곡, 학소대폭포, 호박소가 있는 요수골 등이 한여름의 무더위를 잊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디 이뿐이랴. 하늘 아래 있는 산이야, 철마다 옷을 갈아입겠지마는 가지산의 가을은 단풍으로 물든 오색의 화려함뿐 아니라 은빛 억색의 물결이 일대 장관을 이룬다. 석양에 붉게 물든 은빛 억새의 일렁임은 그야말로 두고두고 못 잊을 추억을 남긴다.

겨울은 또 어떠한가. 혹자는 열매와 잎을 다 털어내 자신의 속살을 훤히 내놓은 겨울 산을보며 운치가 없다고도 하지만, 나뭇가지 위로 사뿐히 내려앉은 눈송이와 온 산을 하얗게 물들인 설경을 보며 감탄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지산의 겨울 또한 마찬가지다. 특히 쌀바위 주변에 눈 쌓인 풍경이 아름답다고 하니 사시사철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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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1970~71년 동국대학교 불적조사단에 의해 발견돼 학계에 보고된 울산 대곡천의 천전리 암각화와 반구대 암각화는 한국의 대표적인 선사유적이다. 한국사와 미술사 관련 서적의 첫 부분을 장식하고 있을 만큼 유명한 암각화로 울산을 대표하는 곳이기도 하다.

암각화(岩刻畵)는 선사시대 사람들이 자신의 바람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커다란 바위 등 성스러운 장소에 새긴 바위그림으로 대부분의 학자들은 “종교적 제의에 사용되는 상징언어이며, 신과 인간이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본다.

울산은 근대 동북아시아 포경의 중심지로 이와 관련된 전통문화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그래서인가. 울산에는 아직 신앙의 대상으로서 고래를 숭배하는 사당(祠堂)과 제사를 모시는 전통의식이 이어지고 있다.

그 생김새가 마치 거북이 모양 같은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는 높이 3m, 너비 10m의 ‘ㄱ’자 모양으로 꺾인 절벽으로 신석기시대부터 시작된 고래사냥과 종교의식의 기원지로 인류사에 매우 중요한 가치와 의미를 담고 있는 문화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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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구대 암각화 전경

1982년 8월 2일 경상남도(당시 행정구역) 기념물 제 57호로 지정된 후, 다시 1995년 6월 23일 국보 285호로 지정됐다. 대곡천변에 깎아 세운 듯한 절벽의 폭 약 10m, 높이 약 3m의 판판한 바위면에 다양한 기법으로 약 300점 이상의 그림들이 새겨져 있음. 그림은 주제에 따라 크게 사람과 동물, 도구 등이 있다. 바다동물은 고래, 거북, 물개, 물새등이고 육지 동물은 사슴, 호랑이, 표범, 멧돼지, 여우, 늑대, 족제비 등 22종 동물이 마치 도감을 그린 듯 상세하게 표현돼 있다. 세계 최초의 포경유적으로 인류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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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 그래픽
반구대암각화는 크게 4개의 유형으로 구분되며 이들 유형 간의 중첩관계를 볼 때 오랜 기간에 걸쳐 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단계
는 주로 얕은 점 쪼기로 고래사냥 장면이 표현돼 있다. 두 번째 단계는 면 쪼기로 표현된 고래와 사슴 그림이 많으며, 세 번째 단계는 선 쪼기
와 갈기 수법으로 호랑이와 표범과 같은 맹수류가, 네 번째 단계는 큰 고래와 멧돼지가 표현돼 있다. 이와 같은 유형에 따라 그림의 내용이 변
화되는 것은 서로 다른 시기의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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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 인물상
<북태평양의 독특한 선사시대 해양어로문화를 반영하고 있는 걸작품>
노르웨이나 미국 캘리포니아 등 고래가 그려진 암각화가 존재하고 있지만, 반구대 암각화처럼 많은 종류의 고래와 종 구분이 가능할 만큼 상세하게 표현된 암각화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유적이다. 당시 사람들의 고래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과 빼어난 예술적 표현력을 담고 있어 반구대 암각화는 사료적 가치뿐만 아니라 선사예술에서도 보기 드문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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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 고래그림
A. 입모양이 다른 고래보다 두드러지게 특징적이고 등지느러미가 없다. 좌측 13, 14, 15번
B. 가슴지느러미, 꼬리 지느러미가 크다. 좌측 8번
C. 형태가 포탄처럼 미끈하게 생겼다. 좌측 1번
D. 머리가 크고 둥글다. 좌측 10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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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곡천 일대는 수많은 자생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생태자원의 보
고(270여 종 조사) 공룡발자국과 같은 자연사적 유산과 신라시
대에서 조선시대에 남겨진 많은 유적들이 밀집하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의 경우 대략 7000~3500년 전 신석기시대 유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으며, 천전리 암각화는 우리나라 최초로 발견된 암각화 유적으로 대곡천 중류의 기슭 암벽에 새겨진 그림과 글씨를 이른다.

울주 천전리 각석(국보 제147호)은 신석기 말 혹은 청동기 초기 동물과 인물상 암각화, 청동기 중기 이후 것으로 보이는 추상 암각화, 철기시대 선각인물과 동물상 암각화,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에 이르는 글씨 등이 여러 층으로 겹쳐서 새겨져 있는 독특한 유적이다.

안타까운 것은 현재 반구대 암각화가 사연댐으로 인해 연중 물속에 잠겼다 나왔다 하는 ‘침수와 노출’의 반복에 의해 급속하게 훼손돼 그 원형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곡천 암각화군은 2006년 문화재청 주관으로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 조사를 완료하고, 2009년 12월 문화재청 직권으로 등재 신청을 한 후, 2010년 세계문화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됐다. 그렇기에 무엇보다도 암각화가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 문화재청은 현재 1년에 절반 이상 물에 잠겨 훼손되고 있는 암각화 주변에 가변형 임시 물막이 댐(카이네틱 댐) 설치를 추진 중에 있으며, 2017년까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외에도 참으로 많은 볼거리와 이야깃거리가 숨어있어 다시 또 찾고 싶은 곳이 되어버린 울산. 한 지역에 이리도 많은 유적지와 천혜의 절경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난생 처음 와본 곳이지만, 그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낯선 듯 결코 낯설지 않은 곳. 비단 울산 지역뿐 아니라 고국산천이 주는 매력이 아닌가 한다.